추운 가을의 아침, 나는 산책로를 따라서 조용히 걸었다. 바람이 선선하게 얼굴을 스치며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낙엽들이 발 밑에 부드럽게 쌓여 있었다. 갈색, 주황색, 노란색... 그림 같은 가을의 팔레트는 마치 세상의 모든 색을 담아놓은 것만 같았다.
낙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. 어느 봄날, 푸른 잎으로 세상을 맞았던 그 잎이,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물든 색깔로 다가오는 겨울을 알린다. 그 잎 하나하나에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다. 바람에 나부끼며 춤추던 그 여름날의 햇살, 가을 비에 적셔지며 톡톡히 떨어지는 빗방울 속의 추억... 그 모든 것이 낙엽 속에 담겨 있다.
이렇게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은 풍요로운 흙으로 변하여 다시 새로운 생명의 기원이 된다. 아이러니하게도, 그렇게 삶의 끝을 맞이한 낙엽은 다시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얻게 된다.
나는 그 낙엽을 집어 들었다. 그 잎의 주름진 표면을 느끼며,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아름다움과 삶의 원형을 느꼈다. 삶의 시작과 끝, 그 사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험들이 마치 낙엽처럼 우리의 발 밑에 펼쳐져 있다.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고, 느끼고,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야 한다.
이제 나는 걸음을 멈추고, 한 잎, 또 한 잎 낙엽을 주워 본다.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추억을 느끼며, 나만의 시간을 간직하려 한다. 가을의 낙엽은 그렇게 나에게 삶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.